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

영화적 상상력: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과 문법

영수증 연구소 2025. 3. 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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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Mickey 17)이 개봉을 했습니다. 2019년 기생충으로 아시아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도 수상을 했습니다.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오른 이후 첫번째 작품이 바로 미키17입니다. 벌써 100만 관객 돌파를 했다는 소식들도 있는데요. 요즘 극장가가 한산하긴 하지만, 나름 관심을 받으며 흥행몰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 2003년 살인의 추억, 2006년 괴물, 2009년 마더, 2013년 설국열차, 2017년 옥자, 2019년 기생충에 이어 5년만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 찾아보면, 하나의 장르에 갇혀있지 않고, 스릴러, SF, 드라마,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하고 있다는 특징을 손꼽곤 합니다. 기생충은 블랙 코미디에서 시작을 해 스릴러와 호러의 요소를 담고 있으며, 설국열차는 SF영화지만, 계급 투쟁이라는 사회적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SF영화같으면서, 동화 같은 모험 요소를 풀어낸 자본주의와 환경 문제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특정한 장르에 갇히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 자체가 중요하고, 장르는 그에 맞게 따오는 것뿐이다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장르보다는 이야기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봉준호 감독, 설국열차(2013)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서 시작하는 상상력

그렇다면,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통해 담아내는 이야기들의 매력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지 않을까 하는데요. 사회적 문제를 담아내는 그의 영화에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마치 있을 법한 상상력까지만 보여준다는 점이 영화을 더 몰입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스타워즈 같은 엄청난 상상력이 아닌, 미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하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들 속에 사회적 문제를 담아낸다는 점이 봉준호 감독만의 영화적 문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설국열차는 SF영화이고, 기차 안의 계급 구조를 다룬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설국열차라는 영화적 설정은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 비행기 좌석 등급을 닮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퍼스트 클래스, 비즈니스 클래스, 이노코미 클래스로 구분되는 비행 속 좌석, 가장 좋은 좌석을 지나서 꼬리칸과 같은 좌석으로 안내 받는 모습은 설국열차가 미래의 모습을 담은 영화라고 하지만, 영화적 설정은 우리가 마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신작 미키17은 장르는 SF적이지만, 실제 이야기는 지구가 아닌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정치인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사람들의 사회적 계층을 다루면서, 3D프린터처럼 사람을 복제한다는 점 역시도 생각해보면 있을 법한 상상력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작품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2022년 소설 <미키7>을 각색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기생충은 블랙코미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대다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대저택, 그리고 그 대저택에 사는 상류층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영화적인 반전은 결국 숨겨진 지하실, 그리고 그 곳에서 숨어서 살아온 가족이라는 이야기 역시도 마치 성북동 대저택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기라는 점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주는 마치 있을 법한 상상력을 풀어내는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에 성북동 대저택에는 실제는 대저택을 관리하는 관리인들이 사는 작은 별채로 있기도 했었다는 점을 생각을 해보면,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은 있을 법한 상상력에서 오는 재미를 만드는 감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2019년 기생충 관련 인터뷰를 보면, 기생충이 이 현실 사회의 계급 문제를 반영하는 것 같다는 질문에 대해 “나는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를 만들기보다, 현실이 이미 영화같다”를 한 것은 어찌보면, 우리의 현실 자체가 이미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봉준호 감독의 관점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시작하고, 이야기를 담는 장르은 이야기에 맞게 풀어낸다는 특징이 있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봉준호 감독, 기생충(2019)

 

 

 

 

현실 속에 질문을 던지는 문법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을 또 하나는 사회 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영화적 장치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의 빈부격차 를 담아낸 기생충,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계급 투쟁을 담은 설국열차 이외에도 옥자는 글로벌 기업과 개인, 그리고 환경 파괴를 자본주의 시스템을 풀어낸 작품입니다. 거대한 슈퍼돼지 옥자와 소녀의 우정을 중심으로 그 이면에는 있는 인간의 욕망과 윤리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환경 문제와 자본주의 모순을 담론을 풀어내면서도 항상 영화적 재미까지 풀어냈다는 점에서 봉준호 감독이 유명세를 얻는 이유가 있기도 할 것 같네요. 

 

영화적으로 보면, 재미적 요소와 감독이 담고 싶은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지만, 독특한 점이라면 답변을 정답을 제시하고 있지 않는 점도 봉준호 감독의 문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독이 오히려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 미키17 역시도 일회용품 같은 복제인간, 그리고 반복되는 죽음이라는 과정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복제인간이라는 의미는 개성을 잃어버리고, 유행만을 쫓는 우리의 현실과도 닮은 문제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키17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서 관객들이 생각해 볼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실제로 관객들이 많아 있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실제  봉준호 감독님의 질문을 생각하는 시간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봉준호 감독, 미키17(2025)

 

 

 

영화는 이해보다는 해석

흔히 예술 작품은 이해를 한다기 보다는 해석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각자의 해석들 중 많은 의견들이 모아지고, 이것을 마치 답으로 여기는 경우가 일반적이구요. 또는 유명한 사람들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각자의 해석으로 각자의 감정으로 남겨질 때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를 통해서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감독의 생각을 따라가보고, 각자의 해석으로 각자의 감정으로 남겨 놓는 것 자체로 영화를 보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관객들이 남겨진 해석과 감정이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 작은 하나의 팁이라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봉준호의 문법
미쳐 몰랐던
현실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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