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엔비디아와 대한민국의 상관관계를 보면 지난 30여 년간의 세계 경제 흐름을 미국에서 잠시 일본으로 넘어갔던 반도체 패권이 한국, 대만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30여 년의 시간을 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구글, 아마존, 메타, 테슬라에 이어 최근에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인공지능(AI) 시대로의 대전환 내지는 시작점에서 가장 의미 있고 주목해야 할 기업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PC 산업과 게임, 멀티미디어 산업
스탠포드 전기공학 석사 출신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대만 출신으로 경쟁 기업인 AMD의 칩 설계자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에 특화된 CPU를 만들고 싶었던 젠슨 황은 동료들과 함께 1993년에 엔비디아를 설립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다음 버전'이라는 의미에서 영문 'Next Version'의 NV와 '부러움'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Invidia'를 결합해 만들어졌습니다.
초기 컴퓨터 산업은 CPU, 램(RAM), 하드디스크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화면형식의 출력 장치가 초기에는 없었지만, 이후 컴퓨터에 모니터가 등장하면서 데이터를 영상 신호로 바꿔 모니터에 전달해주는 기능이 필요해졌고, 이것이 그래픽 하드웨어의 시작이라고 보는데요. 1981년 IBM은 그래픽 하드웨어 개발을 시작하면서, CGA(컬러 그래픽 어댑터)를 도입했습니다. 1988년에는 640x480 해상도에서 256색을 표시하는 기능까지 개발되면서, PC 그래픽 카드는 혁신적인 발전을 거듭해 나갔습니다. 이후 그래픽 하드웨어는 컴퓨터 게임으로 더욱 인기를 얻게 되었고, 3D 그래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그래픽 카드는 점점 중요한 분야가 되어갔습니다.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 그래픽 처리능력은 중요해졌고, CPU만으로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엔비디아는 3dfx 인터랙티브를 인수하고, 3D 그래픽 카드 시장에서 최초로 시장을 장악하며, 고성능 로직 반도체 GPU라는 업계 표준을 만들어냈습니다. 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는 혁신을 목표로 삼았던 엔비디아는 게임 산업에서 ATI와 기술 경쟁을 벌였으며, 게임용 그래픽 카드에 집중하면서 점차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2006년 AMD가 ATI를 인수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07년 CUDA 소프트웨어를 발표하면서 AMD와의 칩 경쟁에만 빠지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안정성까지 도모하게 됩니다. 이후 멀티미디어 시장은 3D까지 발전하면서, 엔비디아의 활용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2010년 영화 인셉션과 해리포터에서도 엔비디아의 3D 그래픽 전용 GPU가 사용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전략적 선택
엔비디아는 초기에는 CPU를 만들고자 했지만, 인텔이 이미 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엔비디아가 당장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습니다. 그에 반해 GPU 시장은 아직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는 GPU를 선택하고 개발에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GPU에 주력함으로써 엔비디아는 게임 산업과 그래픽, 멀티미디어 관련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GPU의 성능 향상과 다양한 응용 분야로 인해 엔비디아는 현재까지도 그래픽 기술 분야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11년 AMD의 불도저(Bulldozer) 아키텍처는 발열 문제와 성능 이슈로 인해 CPU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GPU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R&D 예산을 CPU 분야에 집중하면서 GPU 개발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성능 개선을 위해 도입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기술의 수율 문제까지 겹치며 양쪽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반면, 엔비디아는 이 기간 동안 GPU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와 폭넓은 적용 분야 확장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게이밍, 데이터센터,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으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어찌보면, 엔비디아는 GPU라는 본인들이 개척한 시장이자, 제품들에 집중하면서 지속적인 시장 확대를 거듭해 나아가게 됩니다.
결국, AMD는 라이젠 아키텍처를 통해 CPU 시장에서의 부활을 이루며 경쟁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어려움은 AMD가 CPU와 GPU를 모두 제공하는 전략적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엔비디아는 지속적인 혁신과 시장 확장 전략으로 GPU 분야에서의 선도적 위치를 더욱 강화하였습니다. 결국 두 기업 모두 전략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의 변화와 기술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AMD의 경우,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CPU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이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기업 전략과 시장 대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으려 했던 AMD에 비해 엔비디아의 선택과 집중이 결실을 맺게 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암호화폐, AI 혁명
2010년대의 반도체 시장은 여러 중요한 변화의 시기였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AMD의 경쟁은 당시 많은 이목을 끌었습니다. 엔비디아가 GPU 시장에서 2015년 점유율 80%에 이르며 확고한 우위를 점한 것은 단순히 성공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매출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였다는 점은 지금보면 흥미로운 대목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암호화폐의 광풍과 GPU의 만남은 엔비디아 성장에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게임, 그래픽 카드, 3D 기술의 발전으로 시작된 GPU 시대가 암호화폐 채굴과 만나며 더욱 가속화 되었고, GPU는 복잡한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며 CPU의 부하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은 반복적인 연산을 수행해야 하기에, GPU의 효율적인 병렬 처리 능력이 크게 주목받았고, 이로 인해 GPU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되었고, 시장에는 GPU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GPU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시장에서 큰 성장을 이루며 순위에 여러 번 진입했고, 주가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물론, 이 시기에 엔비디아는 인텔에 비해 매출 규모나 시가총액에서는 뒤처져 있었지만, 암호화폐 광풍이 엔비디아에게 또 다른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긴 합니다. 그리고 시장은 더욱 엔비디아를 찾기 시작하게 되는 국면에 맞이하는데요. 이는 암호화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챗GPT로 대변되는 AI혁명, 딥러닝, 신약개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GPU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엔비디아는 거대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엔비디아의 노력도 있겠지만, 엔비디아는 거대한 컴퓨터 산업의 발전 속에서 언제나 대장장이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GPU라는 본인들이 만들어 낸 제품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으로 발전을 준비해 온 엔비디아에게 앞으로 더욱 많은 수요가 예상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엔비디아의 성공에 있던 그래픽 카드, 멀티미디어, 암호화폐와 같은 요인들이 운이 좋은 기업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기도 하지만, 혁신적을 거듭하고 엔비디아의 지금 모습을 볼 때 AI혁명에서도 여전히 대장장이로서 엔비디아를 찾는 기업들은 더욱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반 엔비디아 진영에서 AI영역에서 학습보다 추론이 중요한 시대라며, 엔비디아는 학습에 유리하다고 평가절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3월 발표한 블랙웰 아키텍처는 AI 추론 영역에서도 엔비디아가 여전히 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Cuda라는 소프트웨어의 존재 역시도, 단순히 하드웨어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개발자들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 역시도 당분간 AI혁명에서 대장장이로서 엔비디아의 독주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산업의 변화와
함께 하고 있는
대장장이 기업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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