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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

집을 전세로 구하는 심리: 전세에 숨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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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확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자산시장의 하락이 이루어면서 깡통 전세, 전세사기 같은 말들을 뉴스에서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보통 집값의 50~8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고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하는 방식을 전세라고들 하는데요. 사실 이러한 전세 제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주거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월세라는 렌트를 활용하고 있음에도 유독 대한민국에만 존재하고 있는 전세제도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rawkkim

 
 

너도, 나도 돈없던 산업화 시대의 대안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전세 제도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 개항과 일본인 거주지 조성, 농촌인구의 이동 등으로 서울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면서 주택임대차관계에서 형성된 것으로 당시 보통 집값의 절반정도를 전세값으로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6·25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도시의 주택난이 심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전세 제도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가 입장에서 건설 경기를 활성화 시키는 차원도 있었으며, 많은 아파트를 짓고 팔아야 하는 과정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집주인에게는 전세제도를 활용해 여러채를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세입자의 경우는 집값의 절반 정도를 내고 거주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건설사, 집주인, 세입자 모두의 이해관계 맞았던 부분도 전세제도가 자리 잡게 된 원인이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부분이 있었겠지만, 과거 이러한 전세제도는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만들게 한 배경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전세 제도와 심리학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카너먼(Daniel Kahnema)교수는 1979년 트버스키(Amos Tversky)와 함께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 을 발표했습니다. 기대 이론이라고 하는 연구는 주류 경제학에서 받아들어졌던 부분이 심리학에서 발견한 새로운 형태의 가치 함수를 발표함으로 새로운 주목을 큰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준거 의존성(reference dependency), 민감도 체감성(diminishing sensitivity), 손실 회피성(loss aversion)이라는 특징을 찾아내게 되는데요.
 
다른 준거 의존성(reference dependency)은 연봉 3,800만원인 사람과 3,000만원이 사람 중 누가 더 좋을 것 같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당연 연봉 3,800만원을 받는 사람이 더 좋겠다고 하겠지만, 만약 전년도 연봉이 4,000만원과 2,800만원이라는 다른 준거가 결합될 경우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끼기 됨으로서 준거 기준점에 대한 상대적인 반응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민감도 체감성(diminishing sensitivity)이라는 부분은 제품 가격이 3만원에서 3만 3천원으로 인상된 경우와 30만원에서 30만 3천원으로 인상된 경우 전자가 후자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부분이 바로 민감도 체감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손실 회피성(loss aversion)은 사람들이 손실이라는 고통을 줄이려는 성향을 말합니다.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고 느끼는 경우를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주식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기쁨보다 주식을 통해 잃은 손실에 대한 고통이 더 크게 느끼진다는 것입니다. 
 
 

기대 이론 (prospect theory)

 
 
이러한 심리학 특징을 월세와 전세를 세입자 기준에서 보자면, 전세는 원금을 보존하는 방식이라 손실이 없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월세는 매월 비용 지출이 있다보니 손실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익이 주는 기쁨보다는 손실이 주는 상실감에 더 크게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일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것이 손실회피(loss aversion) 현상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리학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금리라는 변수가 생기게 될 경우를 가정해 보면, 낮은 금리를 경우도 금리에 대한 손실부담이 작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경우는 손실과 이익을 합산하여 어떤 것이 이익인지를 생각해보는 경우가 발생하고 되고, 낮은 금리를 활용해 대출을 실행하여 월세라는 매월 지불해야 하는 확실한 손실에 대한 경험을 회피하는 경우가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높은 금리가 발생할 경우는 손실회피를 줄이기 위해 월세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대이론이라는 부분과 전세의 선택이라는 부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우리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는 마음뿐만 아니라 손실을 회피하고 손실의 고통을 외면하는 마음에서 전세라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이성적인 판단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세를 선호하는 심리에는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부동산 시장에서 보았듯이 항상 우상향을 보였던 상황에서 전세는 안정적인 원금 보존이 가능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세 제도는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보통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과정에서 보면, 월세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장생활과 함께 돈을 모으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모아둔 돈과 대출 실행을 통해 전세로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세로 지나면서 저축, 청약 등을 통해 자가 주택을 마련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세는 손실회피를 하면서 자산을 늘려나가기 위한 중간 과정으로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집값의 절반이 되는 금액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행동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만약 주택 가격이 상승을 하는 시기라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을 하는 시점이라면, 전세라는 제도는 본인의 중요한 자산을 집주인에게 맡겨버리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일어나는 전세사기도 이러한 헛점을 악용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본인의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이 더욱 필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잘 활용하면 내집 마련을 위한 디딤돌이 돌 수 있겠지만, 시장은 언제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합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고도 성장 시대를 살아가던 시기에 건설사, 집주인, 세입자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전세 제도가 이제 지금의 시대에 맞는 것인지도 점검이 필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동산은 언제나 상승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집값의 절반 이상을 주는 전세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

사진: Unsplash 의 Matthew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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